뜻하지 않은 순간 마주한 깨달음
“과거의 기억과 감정에 얽매일때 고통을 받게 된다. 에고가 만들어낸 가상의 자아에서 벗어나라. 비워내라“
요가와 명상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되지만 가슴깊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깨달음.
하지만 어느날 뜻하지 않은 순간 나는 이 진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오랫동안 괴로워하면서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해봤다고 생각했다.
건강식품, 한약, 운동… 모두 한시적으로 호전반응을 보일 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는 좋다는 것 다 시도하면서 나을려고 노력하는데 왜 항상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 날도 컨디션이 좀 좋지 못했다.
그래서 스파에 가서 뜨거운 물에 발이나 담그고 있자 싶어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족욕을 하며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며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 같이 누군가 뒤통수를 탁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호통치듯 들리는 소리.
“네가 낫기 싫어해서 여태껏 아픈거잖아. 넌 아픈 지금의 상태를 즐기고 있어!”
몇초도 되지 않은 순간에 온갖 기억과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맞다.
나의 에고는 ” 나는 아픈 사람이야” 라는 정체성을 만들고 그 위에서 삶을 살고 있었다.
오랫동안 “나는 아픈 사람” 이라고 가아를 만들어 놓았으니 그 정체성을 에고가 쉽게 포기할 리 없다.
그러니 쉬이 낫지 않을 수 밖에.
그러고 보니 내가 왜 대표님이 권한 절체조와 명상을 그렇게 게으름 피며 하지 않았는지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이런 수련은 나를 “아프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고 그러면 에고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나을수 있는 방법이 아닌 약복용과 건강식품에 그동안 그토록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는 나으려고 노력한다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픈 상태에서 받는 타인의 관심과 연민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의 깨달음.
깨달음이 일어나는 순간은 단 몇초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전과 후의 세상은 너무나 달라보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감사함에 혼자 웃다가 감동하여 다시 울기를 수차례.
이런 신성한 깨달음을 누드(?)의 상태로 공중목욕탕에서 족욕을 하며 마주치게 될거라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때 나를 본 사람은 내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너무나도 기쁘고 솟아나는 용기로 충만한 나의 모습에 감동하고 있었으므로.
알아차리면 사라진다라고 했던가.
그 순간이후로 상태가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절체조와 명상이 하기 싫다는 마음이 솟아날때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나의 에고는 아픈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놓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해.
그래서 수련이 하기 싫은거야. 이 마음을 이겨내자”
현재 나는 열심히 비움의 미학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비워야 할것이 이것 하나만은 아니겠지. 앞으로의 여정도 즐거운 마음으로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려고 한다.
끝으로 이글을 읽는 분 중 공중 목욕탕에서 족욕을 하다 갑자기 웃다 우는 분을 발견하게 되신다면
속으로 조용히 박수를 쳐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뜻하지 않은 순간 마주한 깨달음.
“2014 리탐빌 국제명상페스티벌” 참가, TLU 52기 이수 “맑은 휘파람” (부산) 두손모아
작성자 : 맑은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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