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2011 9월 1412. 힐링 에세이2 코멘트

 

 

내가 결혼 전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되어 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 문 앞에 서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 아직 진료 시작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오셨구요.”

” ….. ”

” ….. ”

 

내 말에 두 모녀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있었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

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얘가…제 딸아이예요.

예..옛날에..그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이 네 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네…네 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

사위 될 녀석은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에미…
보잘 것 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에미의 바램이예요.

그래서 말인데 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송암 제공-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것이다.


작성자 : 민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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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alma

    무소유님~ 요즘 좋은 글로 부모님의 사랑을 일깨워주시는군요. 받은만큼 우리도 세상을 더더욱 사랑하자구요.^^ 사랑합니다.

  2. 아삭이 김치

    가슴깊은 이야기
    세상이 나를 등진다해도 부모님만큼은 제등까지 감싸주시는 분입니다.
    뜨겁고 깊은이야기로 함께공유한 마음.
    오늘만큼은 뜨겁게 엄마등까지 꼬옥~
    안아보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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