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일기 – 천배 수련과 그 다음 날의 소묘
어제 오후 3:20~5:40까지 1000배 수련이 있었다.
수련 중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른 3명의 회원님들과 함께 끝까지 해냈다.
22개월 동안 250배가 최대치였는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앞섰다.
하지만 꼭 끝까지 해내고 싶었다.
전에 천배 수련 하자고 했을 때는 “내가 왜요?”라고 했었는데 이 번에는 나 자신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예상 외로 시련이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200배도 하기 전에 에너지가 떨어져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300배도 못하고 중도 포기할 것 같았다. 이러면 안돼. 마음을 다잡고 계속 하긴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겨우 300배를 넘기면서 “내가 왜 이 고생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배가 고플대로 고파 수련실 아래층에 내려가 탁자에 놓인 귤과 과자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곧 쓰러질 것 같았다. 얼굴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이건 미친 짓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수업할 때 모습이 떠올랐다. 수련전에는 수업하면서 이런 증상을 여러 번 겪어 병원 가서 진찰까지 받지 않았던가! 병원에서 해답을 못 찾고 수련에서 해답을 찾지 않았던가! 마음의 병, 스트레스가 에너지를 고갈시켰고 결국 2시간 강의하고 나면 눕고 싶지 않았던가!
이걸 이겨내야 한다. 마음 속으로 얼마나 다짐했는지 모른다.
400배를 넘기면서 기운이 약간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500배를 넘기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땀이 눈 앞을 가리고 숨이 차올랐다. 배가 너무나 고팠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고 3층에 내려가 귤과 과자를 먹을까? 아니야 수련에서 받은 “주인의식”을 꺾고 싶지 않아! “피해의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700배가 넘을 때까지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과 포기해서 귤과 과자 먹으면서 편하게 쉬라는 몸의 싸움은 계속됐다.
800배를 넘기면서 별 생각이 없어졌다. 그냥 번호에 맞춰 절을 하고 있었다. 땀 닦고 옷 매무새 고치고… 호흡이 곤란할 때 두 박자, 세 박자 놓치기도 했다.
드디어 1000배가 끝났다. 해냈구나.
온 몸이 땀에 절었다.
나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했다. 마음이 열려있다는 것을 느꼈다. 같이 수련한 회원님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아쉬움이 많은 만큼 다음 번에는 제대로 하고 싶다.
“2달에 한 번 1000배 수련을 하면 평생 병에 걸릴 일이 없을 겁니다”라는 서무태 협회장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밤 10:40분 학원 회의가 끝난 후 “송년의 밤”이 열렸다. 처음으로 폭탄주를 마셨다. 한 잔만 마셔도 취하는데 의외로 잘 견딜 수 있었다. 천배 수련의 효과인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는데 머리가 무겁고 다리 근육이 땡긴다. 허리도 조금 아프고. 1월 수업 준비가 잘 안되어서 걱정이 많아서 그랬는지 가슴도 답답했다.
어제 1000배 수련이 끝난 후의 마음과는 딴판이다. wife의 말이 거슬리고.
이럴 때는 절체조가 좋다고 했다.
명상 음악을 틀어 놓고 200배를 했다. 무거운 머리가 가벼워지고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간다. 100배 넘어가니 머리가 시원해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수업 준비 부담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잘 될거야.
결국 wife와 긴 대화를 하고 찜찜한 기분을 풀었다. 그리고 포옹했다.
작성자 : 강상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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