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복권 당첨으로…
미국에서 거액의 복권에 당첨돼 벼락부자가 된 파키스탄인이 조국으로 돌아가 지진으로 폐허가 된 고향을 재건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 화제다. 히말라야산 밑의 작은 도시 바타그람의 이산 칸(49) 시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10월 8일 발생한 대지진으로 4500여 명이 숨진 이 도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자기 재산을 아끼지 않고 쓰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그는 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 실시된 시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진이 일어나자 약사들에게 “돈은 내가 댈 테니 부상자들에게 아낌없이 약을 주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쌓인 약값이 현재 20만 달러(약 2억600만원)에 이른다. 그는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집 주변에 텐트 150개를 쳤다. 이와 함께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는 데 필요한 건축 자재도 공급하고 있다. 이 모든 걸 개인 비용으로 감당하고 있다.
칸은 19세이던 1977년 혼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해야 했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대학 졸업 뒤 기독교를 믿는 여성과 결혼했으나 종교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이혼했다. 그는 돈벌이를 위해 워싱턴으로 갔다. 거기에선 택시를 몰았다. 종종 택시에서 잠을 자 가며 돈을 모았으나 여전히 가난을 면키 어려웠다. 그래서 로또(복권)도 열심히 샀으나 모두 허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행운의 과자” 안에 쓰여 있는 문구를 봤다. “당신은 승자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오직 한 사람이다.” 이후 그는 항상 이 글귀를 품고 다녔고, 로또를 살 때마다 꿈에 나타났던 번호 “2, 4, 6, 17, 25, 31″을 찍었다. 2001년 11월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무려 5520만 달러(약 718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그는 일시금으로 3250만 달러(약 335억원)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일인당 소득이 500달러에 불과한 파키스탄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부정부패와 우매함에 맞서라는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선거를 2주 앞두고 출마를 선언해 45년간 시장직을 독식해 온 가문의 현직 시장을 물리쳤다. 그건 “공원과 학교가 많고, 거리가 환한 바타그람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먹혔기 때문이었다. 칸은 최근 경찰서장을 해고했다. 다른 경찰 간부도 파면했다. 군에 대해서도 썩었다며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유권자들이 내게 값진 신뢰를 줬다”며 “그들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쓴다면 나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 나라의 수많은 정치인은 차에 깃발을 꽂고 달리면서 행복하게 살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등 책임감도 남다르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이상일 기자<leesi@joongang.co.kr>
중앙일보 2005년 12월 2일
작성자 :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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