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이 글엔 TLU 프로그램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TLU 안 받으신 분들은 읽지 말아 주시거나 두 번 읽어주세요…ㅋㅋ
TLU 첫날 아침, 전 집을 나서며 문득 제 웨딩사진을 떠올렸습니다.
평소 오글거리는 상황이라면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서워하는 제게 “자기야 저기 좀 봥~”류의 웨딩사진은 정말이지 오글계의 지존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결혼준비 초기부터 웨딩사진은 평소엔 절대 볼 일이 없으니 당연히 필요도 없다는 논리로 아내를 설득했고, 아내는 단박에 수긍 하는 듯 했습니다. 역시 천생연분!!
그런데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그 누구보다 명랑한 아내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단순히 결혼준비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라 여기고 아내를 위로했습니다.
“많이 힘들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힘내자. 남들도 다 하는 거잖아..”
“…그래 맞아, 남들 다 하는 사진만 찍으면 될 거 같은데.. 그치? 참, 자기 찍기 싫댔는데 내가 괜한 소릴했네.. 미안해.”
“…..…!!”
그렇습니다, 아내는 그냥 내 눈치만 보고 있었을 뿐, 내심 “나 잡아봐랑~” 시츄에이션을 열렬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아내는 노골적으로 웨딩사진 촬영을 요구했고, 전 절대 안 된다며 도망 다니고, 배째라고 땡깡도 부려봤지만 그 때마다 아내의 실망하는 눈빛은 비수가 되어 제 심장에 팍팍 꽂혔습니다. 더 꽂힐 자리가 없을 때쯤 전 이윽고 결심했습니다. “그래 까짓 것 찍어! 죽기야 하겠어?!”
그 말을 듣고 환호하는 아내의 표정이란.. 그리스전 때 박지성선수의 봉산탈춤 세리머니를 연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와우~!!! 퐌타스틱해요!! 신랑님!! 제가 본 신랑 중에 최고예요!! 오우!!”
전 단지 빨리 끝내야겠다는 일념하에 사진작가의 요구에 나름 열심히 부응했습니다. 뿌듯해하는 아내의 얼굴…
..한 달 후. 웨딩앨범이 나왔습니다.
표지를 넘기기 시작할 때부터 제 얼굴은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끝까지 보지도 못하고 앨범을 덮어버렸습니다. 그 뒤 꺼내본 적도 없습니다. 문제는 오글거림이 아니라 제 불성실이었습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더 확실히 망가질 걸..이건 뭐 돈은 돈대로 날리고…“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새 장가를 들지 않는 이상 웨딩사진을 또 찍을 일은 없을 테니 제 아쉬움은 미망으로만 남아야만 했습니다.
“그래.. TLU… 뭘 시키든, 아쉬움 없이 후회없이 하는 거야.. 죽기야 하겠어?!”
사실 TLU를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처음 권유를 받았을 때는 시작한지 일주일 째, “아니 동작 따라 하기도 벅찬데 무슨… TLU? SAP?? MA힐러??? 이건 뭐.. FBI도 아니고…”
솔직히 거부감이 더 컸습니다. 그저 일반수련만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 TLU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수련에 슬슬 재미도 붙고 연보라 티셔츠가 탐이 날 때쯤 거부감은 ‘대체 뭐길래?’라는 호기심으로 변해갔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TLU를 마친 분들은 왜 모두 한결같이, 어딘가 당당하고 즐거워 보일까라는 점이었습니다.
“대체 TLU는 뭐 하는 건가요?” 많은 분들께 질문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엇비슷했습니다. “좋아요.. 재밌어요… 놀라워요… 이건 뭐.. 아바타 관람 소감도 아니고.. 궁금증을 못 참는 저는 이곳에 들어와 TLU체험글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글들은 제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그 중 나를 찾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이틀 만에… 나를 찾는다고? 헐…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자기를 찾을 수 있다는 말도 안 믿기고 솔직히 내 본 모습과 마주칠 용기도 없던 저는 “에이 그냥 안 찾아도 돼~ 지금도 잘 살고 있는데 뭘..”
그렇게 제 자신과 만나는 기회를 전 또 한 번 놓치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부원장님의 오묘한 컬러렌즈 눈빛과 권유가 결정적으로 제 마음을 움직입니다.
“저도 땀꿀님처럼 TLU를 6~7개월간 안 받았어요, 제게 변화 따윈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TLU를 받고 나니 수련은 한층 더 깊어지고 제 자신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아…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소크라테스 옹이나 할 수 있는 말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립니다. 게다가 마음이 바뀔 틈도 없이 장을 콕콕 눌러대는 부원장님의 지압신공..!! 흡..!! 전 결국 굴보.. 아니 설득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래 까..까짓 것! 나도 한 번 받아보는 거야!”
“흥, 걱정 마세요, 절대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거라는 웃음소영양의 의미심장한 미소처럼 TLU프로그램은 정말이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뭐 이런 걸 다 시키나 여러번 짜증도 났지만 그때마다 전 웨딩사진 속의 가식적인 동작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그래 열심히, 후회 없이 하자… 후회 없이..
그러나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 전 금방 익숙해졌고 심지어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오글거린다고 바로 꺼버렸을 게 분명한 노래들의 가사도 음미해보고.. 따라 부르기까지 했습니다….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기나긴 명상의 시간, 전 드디어 제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그 동안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전 제 안의 목소리를 어리광으로만 여겨왔습니다. 그럴수록 제 안의 상처는 더욱 곪아갔지만 전 그것마저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갑게 외면해왔습니다.
수련 때 마주친 상처투성이 제 자신에게도 전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아무런 말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왜 내 인생을 망쳐놓았냐고 따져 묻는 자식 앞에 우두커니 선 아버지처럼,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외침과 비움의 반복 끝에. 전 다시 용기를 내며 다가섰고..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라고, 울고 싶을 땐 울라고.. 괜찮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내가 이제는 외면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겠다고.. 힘이 되어 주겠다고.. 그러자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치 변화의 씨앗이 피어나듯,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지는 대표님의 부드러운 속삭임..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 아.. 이게 바로 level up인가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을 엄습하는 이 따스한 느낌..!!
그날 밤, 전 벅찬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채 집에 들어섰고,
대체 무슨 수련을 이렇게 하루 종일 하다 왔냐고 의심스레 묻는 아내를 그저 말없이 꽉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소금 다섯 주먹은 삼킨 것 같은 걸걸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어? 자기 목소리가 왜 그래?? 노래방 갔다 왔어?”
“……멤멤멤멤메에엠…..”
“….????”
꼭 긴 시간이 재밌는 여행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 듯.
짧지만 굵은 이틀 동안의 여행은 제 마음 속에 잊지 못할 씨앗을 심어주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멋진 이틀을 만들어주신 대표님, 감사합니다.
당황스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주신 부원장님, 사범님들,
MA힐러님들, 그리고 SAP님들.. 정말 감사 드립니다.
특히 사랑이 신반장님! 배꼽인사로 꾸벅 감사드립니다 ^^
당찬 모습이 아름다운 응급실투혼 너를 사랑해님,
꿈을 굽는 마지막 순수 태홍형님 (소울네임이… 죄송 ㅜㅜ)
유연짱! 애교짱! 슬기로운 눈빛님,
지존 동안 댄싱킹! 세상의 빛과 소금님,
서글서글 멋진 소간지 웃음….누구냐 넌 님
그리고 밝고 시원시원한 매력덩어리 큐티혜진- 대나무님
여러 분들과 함께했기에 이번 여행이 더욱 뜻 깊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삶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TLU때 발아된 제 소중한 씨앗을 들추어 보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퍼트릴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이만 줄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작성자 : 땀이야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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