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출발했을 때는 로움여행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명상에 대한 경험, 정보,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라
과연 2박 3일 동안 뭔가 변화가 일어날까?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있을까? 불안함도 있었다.
제일 첫 질문이었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도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고 평소에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알아가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고민해본 적 없었던 것 같아 꽤 충격적이었다.
00에 들어갔을 때는 센 물줄기를 머리에 맞고
물 안에도 머리를 푹 담그며 서로 낮선 사람들이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소리 내서 크게 웃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해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0을 치러 가서는 처음엔 역시 평소에 해보지 않은 일이였기에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도자분들께서 함께 소리도 지르고 뛰고 에너지를 주시는 덕분에
나중엔 손에 물집이 생겨 다 까질 정도로 신나게 쳤다.
몸의 긴장을 풀고 정신적인 긴장도 풀고 명상을 짧게 한 후
옆사람의 눈을 한참 바라본 것 같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의 눈을 그렇게 오래 바라본적 있었나? 할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람을 여자/남자/어른/아이가 아닌 한 존재로 보려했다.
이른 아침에 진행했던 움직이는 명상은 평소에 요가수련과는 달리
지도자의 동작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집중해서,
내 몸이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는데
점점 갈수록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얼마나 내 몸에 집중하지 않았는지,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싶은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나 깨달았다.
지금은 000이 된 안도타다오의 공간에서는 공간이 주는 힘을 느꼈고,
우리 존재에 대해 건물로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돌아와서 숙소에서 들었던 명상에 대한 기본 강의는 너무 너무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너무 아무런 생각이 잡히지 않았던 터라
뭔가 명상을 통해 가야할 길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비록 이번 여행을 통해 명상을 하며 엄청난 경험을 했다거나
큰 깨달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명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명상의 아주 첫 발걸음을 뗀 것 같아 앞으로 수련을 통해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을 발견하고자 해야할지 알게 된 것 같아 너무 좋았다.
또 떠나기 전에는 명상을 통해 그저 마음의 안정, 감정, 컨트롤을 하고 싶었다면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이나 몸이 아닌 “존재”의 존재를 깨달은 것이 너무 큰 깨달음인 것 같다.
그리고 명상을 통해 의식 성장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00를 보며 이미 본 00였는데도 의미를 알고 보니 너무도 다르게 와 닿는 것에 놀랐고,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도 모른 채 지나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별을 보며 바람을 느끼며 명상할 때
머릿속에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공포심이 얼마나 나를 크게 억누르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명상은 00 위에서 한 명상이었다.
처음 눈을 감았을 때는 00가 파도에 휘청거릴 때마다 잠시의 두려움도 있었고,
지금의 풍경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정말 순식간에 바람이 내 몸을 향해 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커다란 바람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며
몸 구석구석에 바람이 들어와 나를 감싸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자 몸에 힘이 쭉 빠지며 팔을 들어올렸는데도
너무 가볍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평소 명상 때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몸에 힘이 빠지니 점점 파도가 세게 쳐도
자연스럽게 몸이 파도를 따라 움직이며 힘이 더 빠지는 듯 했다.
내 몸을 바람과 파도에 맡긴다는 기분을 처음 느꼈고
왜 아이들이 요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 것 같았다.
햇빛을 받으며 바람을 느끼고 몸을 파도의 움직임에 맡긴 상태가
너무 편안해서 이 순간이 깨지 않았으면 했다.
이 때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 이어갈 명상에서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명상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꼭 이렇게 해야해, 저렿게 해야해’ 하는 생각으로
힘을 꼭 주고 긴장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00 위에서 바람과 파도에 몸을 맡겼듯이 힘
을 빼고 이리저리 움직였듯 산다면 명상을 하며 느꼈던 자유로움,
편안함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00 위에서의 명상 시간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 중 정말 잊지 못할,
또 앞으로의 생활에서도 너무 귀중할 경험인 것 같다.
첫날 명상 후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가며 00해줬을 때 처음엔 어색했지만,
꼬옥 안으며 왠지 모를 따뜻함과 여러 감정이 들며 눈물이 났다.
타인이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00만으로
서로의 마음이, 에너지가 전해지는 것 같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일상에 돌아가서도 이렇게 소중한 감정과 경험을
잊지 않고 계속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앞으로 서울에 돌아가서 갈 수련들이 더 기대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경험할지 너무 설레인다.
처음 명상과 요가를 찾았던 이유는 마음이 힘들고 뭔가 지친 상태였는데,
그래서 그 일을 부정적으로만 여기고 회피하려고만 했는데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고나니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모든 일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늘 함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성자 :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