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이 글은 자발적이라는 것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절대’ 부원장님의 강요 때문도, 미모 때문도 아니에요. 절대..
몇 달 전, 저는 여느 때처럼 새벽 늦도록 여흥을 즐기고 다음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뭔가 잘못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몸이 으슬으슬 했던 거죠. 아니 5월에 오한이..? 평소 같았으면 별 일 아니라고 넘겼겠지만 그날은 정말 예감이 안 좋았습니다. 아내도 센척하지 말고 얼른 병원에 가보라며 등을 떠밀더군요.
병원을 찾으니 아니나 다를까 극심한 편도선염에 바이러스성 구순포진.. 무조건 1주일은 집에서 푹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의사선생님은 딱하단 표정을 지으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눈빛도 탁하시군요.. 안과도 가보심이..”
안과에서는 결막염에 심한 안구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전날 어디에 부딪혔는지 무릎에 멍이 들어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병원을 나서야 했습니다. 우울했습니다. 어쩌다 몸을 이 지경으로 방치해둔 건지.. 평소 체력은 자신 있다고 떠들고 다녔던 제 스스로가 한심했습니다. 단기간 병원치료는 밑 빠진 독 붓기일 뿐, 뭔가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운동이야!! 다시 검도를 시작해볼까.. 도장이 근처에 없거나 너무 멀잖아.. 그럼 다시 헬스를? 재미가 없어.. 그럼 밸리댄스를? 그 의상..자신 있어? 고민은 잠시, 바쁘고 마땅한 운동이 없다는 핑계로 곧 평소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MBC스페셜-박찬호선수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이었을까요? 평소 TV를 잘 안 보는 제가 마침 마주친 장면은 박선수가 명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잘 던질 때는 제게 환호를 보내던 수많은 사람들이, 막상 제가 슬럼프에 빠지자 등을 돌리더군요.. 만약 그때 명상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환호를 보내주는 사람도 없고 등을 돌리는 사람은 가끔 등돌리고 자는 아내 밖에 없지만 박선수의 말에 무척 놀라고 또 감동했습니다. 박찬호선수는 명상에 대한 확신을 진심어린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명상이 좋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저렇게 자살을 막는 정도일 줄은…?
이어지는 박선수의 기이한(?) 절 동작도 흥미로웠습니다….저것도 명상의 일부일까? 저는 당장 명상에 대한 정보를 검색 해보았습니다. ‘박.찬.호.명.상.요.가’ 자연스럽게 이곳, SA컬쳐요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SA가 뭘까? Super ace? 어쨌든 전 이렇게 SA컬쳐요가를 알게 되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지.. 어느새 2달이 지났습니다.
지난 2달간, 우선 전 제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출장 빼곤 빠진 날이 단 세 번! (한 번은 아르헨 전 참패 후유증.. 두 번은 역시 여흥 때문에..) 원래 뭐 하나 시작하면 무식하게 올인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이런적은 없었습니다. 요가가 너무 재밌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몸에 생기는 미세하고 긍정적인 변화들을 즐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이제 변화를 말해야 할 차례인데… 가장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너무 많기 때문이죠. ^^
사실 변화는 제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수련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어느날, 오랜만에 어머니를 뵀는데 어머니의 첫말씀 ‘너 필링 했니?’ ‘에? 운동 새로 시작한 거 밖에 없는데’ ‘꼭 피부과 갔다 온 사람 같구나’
오.. 뿌듯해 뿌듯해.. 그 뒤로도 비슷한 반응이 속속 들려왔습니다. 얼굴이 맑아졌네. 눈빛이 좋아졌네. 어려졌네…. 정말 옛날엔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본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얼굴빛에 대한 찬사는 이어졌습니다. 매일 뿜어대는 땀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ㅎㅎ
식습관도 달라졌습니다. 그 전엔 점심을 먹었어도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허기가 져서 꼭 간식을 먹곤 했는데 요즘엔 달라졌습니다. 간식타임이 되어도 별로 헝그리하지 않아요. 사범님은 에너지가 모여서 배가 고프지 않은 거라고 말씀하시던데 저도 쌍봉낙타처럼 배에 영양소를 비축해두는 법을 배운 걸까요? 그리고 매운 거라면 자다가도 깨는 제가 요즘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합니다. 지난 번엔 쭈꾸미 볶음에 소주 먹다가 속이 쓰려서 혼났습니다. 요건 사실 좀 아쉬운 대목이에요. 쩝..
하지만 제 스스로 가장 뿌듯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상체를 앞으로 숙여 발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그래요, 압니다. 그게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저한텐 무척 중요하답니다. 아주 어릴 때 빼곤 성공해 본 기억이 없어요. 꼭 손끝과 발끝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바디체크업할 때가 생각납니다.
“또 어디 맘에 안 들고, 바꾸고 싶으신 부분 있으세요?”
“저…유연해지고 싶어요”
“네, 그럼 어디 체크 한번 해볼까요? 손을 앞으로 쭉 뻗어서 발끝을 잡아보세요.. 쭉 쭉..”
“……”
“아니 종아리 잡지 마시고요.. 더더더더..이게 단가요?”
“…….”
“네.. 괜찮아요.. 좋아지실 거예요. 희망을 가지세요”
“….”
안타깝습니다. 그때 체크업 해주셨던 황부원장님께 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황부원장님 저 이제 발가락도 잡아요~^^
에구구 이거 뭐 두 달 밖에 안 된 초보가 너무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제가 느꼈던 긍정적인 변화를 찬찬히 말씀드린다는 것이 그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요 요가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앞으로 또 특별한 변화가 생기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드리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끙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
작성자 : 땀이야물이야